Industrial Sushi

2009. 3. 30. 01:52 from Selection


기분이 다운된 날 밤엔 이마트를 찾는다. 밤에는 거의 먹지 않는 내가 초밥을 기웃거린다면 보나마나 굉장히 다운된 상태이므로 스스로를 풀어주는 편이다. 눈 앞의 셰프가 민첩한 손놀림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내어주는 초밥과는 신선도나 맛을 비교할 순 없지만 계량화된 맛이 주는 덤덤함이 좋다. 이 시간까지 채 남아있는 촉촉함도 이런 기분에 제법 잘 어울린다. 간편함이 주는 정서는 부담스럽지가 않다. 의미적인 면에서 굉장히 큰 메리트다. 진열된 상품을 심드렁한 눈으로 둘러보고 꼭 필요한 손짓을 이용해서 플라스틱 바스켓에 담는다. 굳이 감정을 꺼내지않아도 몸 안에 축적된 개인적인 기호만으로 가능한 일이다. 간편히 구입해서 간편하게 먹는다. 다른 인스턴트 제품처럼 부시럭거리면서 끓인 물에 넣고 젓고 할 필요가 없으니 초밥은 그런 면에서 가장 우위다. 스스로를 책망할 일없는 계량화된 고급식감이니까 적당히 즐기고 숨을 돌리면 그뿐이다. 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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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shesaidyeah :